■ 5년 만에 다시 마주한 그 이름“이 사람 그 사람이잖아.” 2018년, KBS가 단독 보도했던 민사고 학교폭력 사건의 가해자 아버지 이름이 다시 언론에 등장했습니다. 2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학교폭력 사건 처리의 제도적 허점에 집중했던 5년 전 보도에선 정순신 변호사의 실명이 기사에 담기진 않았습니다. ‘고위직 검사’라고만 언급됐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같은 인물이 경찰 조직을 이끌 국수본부장 자리에 임명된 건 뜻밖이었습니다. 이미 5년 전 언론 보도까지 됐던 사안인 만큼, 정 변호사에 대한 인사
진실을 추구한다는 것의 의미어느덧 반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실종자 수색에 동원됐다가 스무 살 해병대원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난 게 지난 7월인데, 이제 새해가 눈앞으로 다가왔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기다렸던 ‘해병대원 순직 사건’을 둘러싼 갖은 의혹의 실체는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국방부가 해병대 수사단으로부터 가져와 경찰에 넘긴 사건의 수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고, 사건 처리 과정에서의 ‘윗선 개입 의혹’을 들여다보는 공수처의 수사도 이렇다 할 진전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권을 중
"LH 아파트에 밝혀지지 않은 철근 누락이 또 있다" 한 통의 제보로 시작한 취재였습니다. LH 아파트에서 또 철근이 빠진 채 시공되고 있다는 것. 올초 LH가 이미 철근 누락으로 한차례 구설수에 오르고, 전수조사까지 마친 상태였습니다. 곧바로 취재에 착수했지만 보도까지 과정은 험난했습니다. 외계어 같은 건축 전문용어와 복잡한 수식이 넘치는 설계도면을 해석해야 했고, 관련 업체에 찾아가서는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습니다. 어렵게 5편의 보도가 나가고, 국토부와 LH는 아파트 외벽 철근 전수조사와 함께 쇄신을 약속했습니다. 넉 달가량
2022년 말부터 구상에 들어간 연속시리즈 는 ‘우리 사회에서 왜 비슷한 사고가 끊이질 않을까, 해결책과 관련한 보도는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한 시리즈였습니다. 첫 보도는 지난해 12월 벌어진 ‘청담동 스쿨존 사고’와 관련해 스쿨존 사고를 잘 예방하고 해결책을 제시한 사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주민들과 힘을 합쳐 통학로에 없던 인도를 만들고, 스쿨존 전체를 샛노랗게 칠했으며, 최첨단 장비를 도입해 사고를 예방한 곳이었습니다. 그 뒤 1년 동안 방음터널 화재, 전기차 화재, 학교 폭력, 다중 인파 사고, 어린이 납치
“잼버리 취재해 봐요.”지난 4월 잼버리의 ‘잼’자도 모르는 제가 취재에 뛰어든 계기는 데스크의 지시 때문이었습니다. 두 달 전부터 선배들이 야마구치 잼버리 사례를 통해 배수와 폭염 문제, 무리한 모집 과정을 지적해왔습니다. ‘이미 문제를 다 짚었는데 더 남아 있을까?’ 대회 전, 야영장 침수 문제가 터지자 대책을 세우겠다며 현장을 찾은 고위 관계자들. ‘잼버리 성공 위해 방문한 고위 관계자’로 기사 방향을 잡고 따라나섰습니다. 하지만 다 함께 ‘잼버리 삼행시’를 외치고 ‘기념 촬영’으로 대책 마련은 끝났습니다. 모든 신뢰가 무너졌
70여 년 전 제주4‧3 광풍 당시 3만여 명의 많은 사람이 희생됐습니다. 가옥 4만여 채가 불타고, 중산간 마을은 폐허로 변했습니다. 피해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정든 고향 땅을 떠나 일본으로 밀항한 도민도 또 다른 의미의 희생자입니다. 4‧3 당시 1만여 명이 불타버린 마을을 뒤로하고 밀항선에 몸을 맡겼습니다. 4‧3 이후인 1970년대까지도 연좌제와 생계 곤란 문제로 매해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의 도민이 일본으로 밀항했습니다. 일본에서의 삶도 녹록지 않았습니다.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혐오에 시달렸습니
어렵게 수소문해 만났던 74세 할머니는 기자와 인터뷰할 때도 자신이 가입한 상품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습니다. “자식보다 은행을 더 믿었다”며 “싱싱한 과일 한 번을 못 사먹고 모은 돈”이라며 우셨습니다. 홍콩 H지수 연계 ELS 사태, 제대로 취재해보니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은행에서만 16조 원 어치가 판매됐고, 내년 한 해 동안에만 최소 5조 원 넘는 손실이 불가피했습니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손실 사태입니다.“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손실날 일은 없다”는 은행원 말만 믿고 가입한 고령자들은 평생 모은 전 재산이 반
일상에서의 공정과 언론의 역할작년 이맘때쯤, 검찰에서 ‘병역면탈 브로커를 구속기소했다’는 짧은 공지 문자를 받았습니다. 한 줄짜리 내용이었지만 병무청과 합동수사팀까지 꾸렸다는 검찰의 설명에 사안의 중대성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나 있을 법한 병역비리가 지금도 있다는 사실에 반신반의하며 곧바로 취재에 나섰습니다.취재를 통해 확인한 브로커들의 수법은 조직적이고 계획적이었습니다.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모집한 의뢰인들에게 수천만 원을 받고 구체적인 병역면탈 방법을 컨설팅해주고 있었습니다. 신경계 질환인 ‘뇌전증’을 허위로 진단받도록
한국방송기자클럽(BJC)이 주최하고 BJC플러스가 주관하는 '올해의 방송기자상'의 후보작 공모가 시작되었습니다.이 상은 매년 우수한 기사를 보도한 주요 방송사의 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며, 공정하고 균형 잡힌 방송문화의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BJC '올해의 방송기자상'은 방송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는 기자들의 뛰어난 보도 능력을 격려하고 방송 문화의 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공모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올해 1월부터 시작한 는 우리 사회에서 비슷한 사고가 왜 끊이지 않을까, 해결책은 없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시리즈였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 청담동 한 학교 앞 스쿨존에서 벌어진 초등학생 교통사고 사망사건이 첫 아이템이었습니다. 당시 스쿨존에서의 사고가 계속되고 있었고 그 때마다 여러 사람들이 가슴 아파하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사고 지점엔 인도가 없었는데, 주민들의 반대로 인도 설치를 못한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또 다른 곳엔 주민들이 합심해 통학로에 인도를 만들고, 스쿨존 전체를 샛노랗게 칠
이번 사안을 취재하기 직전 주말, 당직 근무로 집회를 다녀왔습니다. 지하주차장이 무너졌던 인천 검단 아파트 입주자들의 집회였습니다. 머리가 새하얀 노인부터 유모차 안에 실려온 아기까지, 현장에는 말 그대로 우리의 이웃들이 있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제야 이 문제가 피부로 와닿았습니다. 단순히 철근이 얼만큼 빠진 부실시공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가 그 집에 들어가 살아야 할 이들에게 생존의 문제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번 사안을 처음 알게 됐을 때, 단지 또 다른 철근 누락 사례로 지나치지 않고 자세히 파고들 수 있던 힘도 이
잊지 않는다면, 잊히지 않습니다“어차피 지금만 반짝 관심을 가지겠지만…”취재에 나설 때 제보자나 취재원들에게 자주 듣는 말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직은 길지 않은 기자 생활 속에서도 숱하게 들었던 말입니다. 사실 우리는 잊고 또 잊어버립니다. 기억하기 위해 잊어버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밀듯이 밀고 들어오는 사연과 사건으로 우리의 머릿속은 꽉 차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잊지 않기 위해 기자는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무 살 해병대원의 죽음도 그런 사건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처음에는 대민 지원에 나선
해병대 외압 미스터리.. 사라졌던 퍼즐 조각을 찾다 우선 채 상병의 명복을 빕니다. '대통령 수사 개입 의혹'을 방송한 지난 8월 27일 의 엔딩곡은 박효신의 '숨'이었습니다. 채 상병이 가장 좋아했던 가수가 박효신이었기 때문입니다. 전북 남원에서 만난 채 상병 친구와 후배들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채 상병 어머니는 "너무 소중한 아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젊은 해병의 어이없는 죽음에 대해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그 지시를 충실히 따랐던 수사단장이 '항명 수괴'로
방송뉴스를 어떻게 하면 다르게, 더 쉽게, 시청자가 받아들이기 편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고민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디지털 뉴스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 그동안 생각해 왔던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기존 방송 채널 뉴스는 그날 벌어졌던 다양한 소식을 전하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새롭게 바뀐 부분을 중심으로 짤막짤막한 보도를 하는게 정형화가 됐고, 조금 시도를 넓힌다고 해도 출연이나 인터뷰를 붙이는 정도가 현실적으로 용인돼 온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그 많은 이슈들을 다 따
2021년 4월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큰 꿈을 안고 탐사보도부에 왔지만, 뭘 취재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아, 친구를 붙잡고 (거의) 울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는 조언했습니다. “넌 뭐에 관심이 있는 건데? 그걸 하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나온 기사가 였습니다. 언론에 대한 제 관심이 취재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이 기사가 나간 뒤, ‘좋은 기사는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한다.’ 생각하게 됐습니다.반면, 편은 ‘좋은 기사는 나와 무
사실, 기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취재를 했고 당연히 써야 할 기사를 썼습니다. 외신들이 미국의 도감청 기밀 문건을 대서특필하고 특히 해당 문건 중 한국 이슈가 조금씩 거론되는 상황에서 한국 기자는 당연히 미국 기밀 문건을 직접 손에 넣기 위해 뛰었어야 했습니다. 외신 인용 보도에 그치면 안 되는 사안이었습니다. SBS 통일외교팀은 백방으로 수소문해 해당 문건 몇 조각을 입수했습니다. 문건의 내용은 놀라웠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이 폴란드를 통한 우크라이나 우회지원을 논의했고, 구체적으로 155mm 포탄 33만발의 폴란드 경유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 국민경제윤리, 국민경제 발전’경제 관련 위법 행위를 제재하는 각종 법률 1조 ‘목적’에 나오는 단어들이다. 입법자들이 경제 질서 확립을 위해 숙고 끝에 꼭 필요한 단어만 뽑아서 나열한 것들이지만, 이젠 ‘유토피아’에서 나올 법한 활자가 됐다. 우리 현실, 특히 자본시장은 ‘디스토피아’라는 인식이 팽배해진 탓이다. 자본시장 공정성에 대한 회의감, 공개된 정보에 대한 불신, 경제적 강자와 약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 등은 커지면서, 경제 시스템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낮아졌다. ‘정직한 방법으로 돈을 벌 수
‘빌라왕’, ‘건축왕’ 등 각종 전세 사기 문제가 절정에 달하던 지난해 하반기, 관련 문제를 취재하다 피해를 중계만 하는 언론 행태에 문제 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전세 피해를 막기 위한 방법을 소개하는 기사들도 더러 있었지만 한두 줄 걸치는 정도였습니다.취재를 하다보니 대체로 부동산 관련 정보나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이 아주 작은 정보만 알았더라도 피할 수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제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청년층의 피해가 심했는데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좌절감을 느끼는 젊은이들을 보고 아무 것도 해줄 수 있는
한국방송기자클럽(BJC)은 26일 12시 여의도 홍보석에서 2023년 신년하례식을 열었다. 신년하례식은 클럽이 매년 초 임원들을 초청하여 지난해의 실적과 새해 사업계획 등을 보고하는 자리다.이날 행사에는 BJC 6대 회장을 역임한 김기도 전 회장을 비롯하여 손관수 KBS 보도본부장, 최은수 MBN보도본부장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첫 번째 순서로 김광석 감사는 "어려움 속에서도 규정에 어긋남 없이 긴축 재정 운영으로 지난해 대비 흑자 상태를 유지하였다."며 감사 결과는 적정의견이라고 말했다. 이세강 회장은 새해 인사말을 통해 BJ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