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U MOJO 워크숍 (2017년 5월 KBS 인재개발원)
ABU MOJO 워크숍 (2017년 5월 KBS 인재개발원)

모바일로 뉴스를 만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EBU(유럽방송연맹)에서 경험한 MOJO(Mobile Journalism)를 실제로 테스트 해보기로 했다. 내가 뉴스국장으로 근무하던 ABU 회원사가 그 대상이었다. MOJO 워크숍을 기획해 실행에 옮겼다. 나는 지난해 초 ABU 뉴스교환체제인 아시아비전 34개 회원사들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가능하면 젊은 기자와 뉴스PD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일본 NHK, 중국 CCTV, 이란 IRIB, 우즈베키스탄 MTRK 등 24개국 방송사들이 관심을 보였다. NHK는 연세어학당에서 한국어 연수를 받고 있는 기자 한 명을 더 추천했다. KBS는 수원 인재개발원 숙소와 강의실을 무료로 제공해 주기로 했다.

아시아 최초의 MOJO 연수는 지난해 5월 22일부터 27일까지 엿새 동안 진행됐다. 최종 참가자는 22개국 24명. 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나라 파푸아 뉴기니의 EMTV, 피지의 Fiji TV와 FBC, 사모아의 SMO 소속 기자 3명은 무려 20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타고 왔다. 갤럭시 S8과 소형 마이크 30개씩을 준비했다. 뉴스편집용 애플리케이션은 국내 벤처기업이 만든 키네마스터(Kinemaster)를 선택했다.

이론보다는 실전에 초점을 맞췄다. SBS 스포츠 기자 출신인 윤천석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가 MOJO의 기본 개념을 영어로 소개했다. 촬영과 편집에 많은 교육시간을 할애했다. 10여년 전 KBS의 뉴스시스템을 디지털로 바꾼 최기홍 강사가 실전 제작 부분을 맡았다.

워크숍의 최종 목표는 각 참가자가 1분 30초에 서 2분 가량의 뉴스물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한국의 드라마와 K-POP 등 한류를 취재 아이템으로 정했다. KBS 드라마센터를 취재장소로 많이 활용했다. 연수생들은 스마트폰과 마이크를 들고 현장으로 나갔다. 말레이시아 RTM의 여기자는 소형 트라이포드에 스마트폰을 장착해 안정적인 그림을 찍었다. 전주에서 생방송된 KBS 뮤직뱅크 프로그램 현장에서는 K-POP의 열기도 담았다.

기사작성과 편집 작업에는 꼬박 하루가 걸렸다. 기자들은 기사는 쉽게 썼지만 촬영한 그림을 편집하는 것은 힘들어했다. 그래도 젊은 기자들은 금방 적응했다. 24살의 베트남 VTV 기자는 두 개의 아이템을 뚝딱 제작했다. 물론 실수도 있었다. 40대 중반의 Piji 기자는 하루 종일 편집 제작한 화면을 몽땅 지워버리기도 했다.

연수의 마지막 날은 각자의 취재물을 발표했다. 우즈베키스탄 남자 기자와 몰디브 여기자가 공동사회를 보면서 품평회를 했다. MOJO의 위력은 놀라웠다. 제작물의 품질이 좋았다. ENG로 취재한 것과 스마트폰으로 만든 뉴스물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려웠다. 우리는 혼자서도 멋지게 뉴스를 촬영, 제작, 편집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일부 작품들은 오디오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 있었다. 인터뷰를 할 때나 원고를 녹음하면서 오디오 레벨을 잘 조절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참가자들은 생각보다 편집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MOJO가 TV 뉴스 제작에 충분히 활용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사모아 TV 기자 Jack은 품평회가 끝난 뒤 자신의 뉴스물을 인터넷으로 송출했다. 클로징 멘트 “한국의 수원에서 사모아 TV Jack이 전해드렸습니다”는 부분도 당연히 포함됐다. 한국 드라마를 취재한 Jack의 뉴스는 그 날 사모아 TV 정규 뉴스시간에 방송됐다. 연수를 통해 24명의 아시아 기자들은 MOJO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MOJO는 참가자 방송사에서 바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필리핀의 유력 방송사인 ABS-CBN과 몽고의 TV5 등은 ENG와 함께 스마트폰으로 취재하는 시작했다고 참가자로부터 들었다. 필리핀 참가자는 지난해 여름 취재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취재하는 사진을 보내왔다. 보도국 기자 숫자가 불과 15먕 뿐인 몽고 TV5는 취재용 스마트폰을 구입했다. MOJO는 특히 취재장비와 인원이 많지 않은 각국 방송사에 매우 유용한 방식인 것이 확인됐다. ABS-CBN 등 아시아 방송사들이 MOJO를 이처럼 빨리 실제 뉴스제작에 활용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나의 MOJO 테스트는 성공적이었던 셈이다.

- 채일 KBS 국제부 기자(전 ABU 뉴스국장)

 

 

저작권자 © 데일리 BJ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