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JO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MOJO는 모바일폰으로 뉴스를 제작하는 시스템이다. 영어로 Mobile Journalism 즉, 줄여서 MOJO라고 불린다. 스마트폰으로 정규 TV뉴스를 만든다고? “ENG보다 화질이 떨어지겠지?”, “핸드폰으로 뉴스를 만들어도 방송이 가능할까?”, “오디오는 괜찮을까?”, “온 마이크는 어떻게 하지?”라고 궁금해 할 수 있다.

그 MOJO 열풍이 유럽을 강타하고 있다. 기존의 TV뉴스 제작시스템에 혁명이 일고 있는 것이다. MOJO는 7~8년 전부터 유럽 방송사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뉴스방송 제작자들이 비용을 적게 들이고도 좋은 품질의 뉴스물을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다 MOJO를 고안했다.

왜 MOJO가 유럽에서 생겨났을까? 한 마디로 기존의 방송사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유럽의 방송사들도 인터넷 뉴스 등 뉴미디어 매체들과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광고시장을 빼앗기고 뉴스시청률도 위협을 받자 돌파구가 필요했다. 유럽인들은 또 전통적으로 실용적이고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데 익숙하다. 스위스에서는 모바일로만 제작한 뉴스를 방송하는 TV뉴스 채널도 생겨났다. 핀란드의 한 민영방송사는 최근 뉴스제작 시스템을 혁신하면서 ENG 숫자를 줄이고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모바일은 뉴스 생방송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터키의 국영방송 TRT는 매일 아침 인공위성 대신이 스마트폰으로 워싱턴 특파원을 연결한다.

필자는 지난 2015년 겨울 MOJO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제네바에 있는 유럽방송연맹(EBU)의 교육센터를 방문했을 때 MOJO가 가장 인기 있는 기자연수 프로그램이라는 걸 알게 됐다. 1년 뒤 2016년 11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EBU 뉴스그룹 총회에서 약 75개 EBU 회원사 보도국장들과 함께 MOJO의 최신 제작이론 강의를 들으며 MOJO의 위력을 실감했다.

MOJO는 저비용 고효율이 가장 큰 장점이다. 백만 원대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 동영상 어플리케이션과 5만원대 트라이포드에 소형 마이크를 추가하면 된다. 두 번째는 비디오와 오디오의 품질이 놀랍도록 뛰어나다. 수천만 원 하는 ENG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세 번째로 기동성과 신속성이 뛰어나다. ENG로 제작하는 기존의 뉴스제작 방식은 어떤가? 보통 1분 30초짜리 뉴스를 제작하려면 최소 4명이 필요하다. 일반기자 1명, 카메라기자 1명, 오디오맨 1명에 운전기사까지 4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영상편집자 1명이 또 투입된다. 네 번째로 취재계획서에 따른 촬영 현장이 아닌 곳에서 생생한 화면 특종을 건질 수 있다. 일반시민들이 우연히 스마트폰으로 찍은 화면들은 벌써 전세계 방송기자들을 수없이 물먹이고 있다.

우리도 프로다. 고도의 촬영기법과 영상문법을 무시할 수는 없다. 전문교육이 필요하다. 유럽에서는 현재 약 50명의 MOJO 전문강사가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이 IT전문가이지만 TV방송기자 출신들도 많다. 세계 공영방송의 모델 BBC도 MOJO를 눈여겨 보고 있다. BBC는 재정 압박에 시달리다 최근 1천2백 명의 방송제작자들을 해고했다. 그리고 MOJO 교육을 시작했다. 한 푼이라도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MOJO 열풍은 중동으로도 이동했다. 카타르의 알 자지라는 2년 전 5백여 명의 방송제작자들을 구조조정했다. 알 자지라는 아일랜드 방송사 소속 강사를 초빙해서 젊은 기자들에게 MOJO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방송계의 큰손 알 자지라가 MOJO 교육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TV 방송사들의 어려움과 현실을 실감하게 한다.

MOJO 열풍이 훈풍만은 아니다. 새로운 것에는 도전과 반작용도 따른다. 혁신적인 뉴스제작자들과 경영진들이 MOJO 시스템을 밀어붙이자 부분적인 저항도 일어난다. 볼펜기자들은 “나 혼자 촬영하고 기사 쓰고 편집하라고?”라는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우리나라에서 MOJO는 아직 생소한 용어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MOJO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연희동에 있는 커피숍 이름 정도가 나온다. 우리나라 지상파와 케이블 TV방송사들은 아직은 견딜 하기 때문인가? 유럽의 MOJO열풍이 우리나라에 어떻게 불지 주목된다.

- 채일 KBS 국제부 기자(전 ABU 뉴스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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