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분기 BJC보도상 - 뉴스부문상

제자 논문 짜깁기와 충격적인 논문 심사

오로지 공정과 상식의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김인철 교수가 교육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그의 학자로서 윤리 의식과 교육관, 그리고 가족이 관련된 의혹에 대해 검증하기 위해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한 나라의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의 자리인 만큼, 교육자이자 학자로서 제대로 된 가치관을 가졌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김 교수가 후보자로 임명될 당시, “안병만 전 교육부장관이 한국외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할 때 그 아래에서 수학했으며, 김 후보자가 교육부장관으로 임명되면 사제가 모두 교육부장관을 지내게 되는 셈이 된다는 부분이 취재 착수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첫 장관으로 임명됐던 안병만 전 장관은 1983년 제자였던 김 후보자의 논문을 표절한 의혹을 받아 문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김 후보자 역시, 이런 폐단을 답습하진 않았을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김 후보자가 평교수로 재직하던 1988년부터 작성한 논문을 들여다봤습니다.

<그 스승의 그 제자? 제자 논문 표절>

오래전에 작성한 논문들이 많아 접근조차 쉽지 않았지만 국회의원실과의 공조를 통해 논문들을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제자 논문을 그대로 짜깁기한 것으로 의심되는 논문을 찾아냈습니다. 표절의 잣대는 다를 수 있기에 여러 대학 교수들의 자문도 받았습니다.

교수들은 요약했기 때문에 원 논문과 다른 것 같지만 내용적으로는 그냥 복사해서 붙여넣은 수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연구자가 출처 표시 없이 한 두 구절만 무단으로 인용해도 연구 윤리에 위배된다고 말했습니다. 예상대로 자신의 스승이 자신의 논문을 표절했던 것처럼, 자신도 제자의 논문을 짜깁기 축약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김 후보자는 이 논문으로 연구비까지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더욱 놀라웠습니다.

<‘방석집에서의 논문 심사>

해당 제자가 최근 출간한 책을 확인했더니 다소 충격적인 목차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방석집에서의 논문 심사>. 김 후보자가 표절한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 이 논문의 심사를 방석집이라 불리는 곳에서 아가씨, 마담과 함께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줄 한 줄이 눈을 의심케 할 정도였습니다.

이 씨는 특히 이 심사를 김 후보자가 승인했다고 적었고, 김 후보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여러 차례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교육부 수장이 될 사람이 제자의 논문을 표절한 것도 모자라, 논문 심사까지 부적절한 곳에서 부적절한 방식으로 한 것입니다. 김 후보자 측은 두 논문의 표절률이 4%로 낮고 조사 방식을 다르게 적용했다며 '별개의 논문'이라고 해명했지만 방석집 심사 논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숱한 의혹에도 물러서지 않던 김 후보자는 MBC의 보도 바로 다음날 아침, 지명 20일 만에 모두 제 불찰이라며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취재진들을 향해서는 마지막 품격을 지키게 해 달라고 했지만 공허한 듯 보였습니다. 인수위 내부의 한 취재원은 기자에게 MBC의 보도가 팩트고 해명해봐야 구차했다며 사퇴에 이르게 된 이유를 전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도움을 주신 서동용 의원실과 늘 나침반이 돼 주신 양효경 부장님과 임소정 데스크에 감사를 전합니다.   MBC 정영훈 기자
 

저작권자 © 데일리 BJ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