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분기 BJC보도상 - 기획보도부문상

사회에 첫발을 내딛던 7개월 전, 집을 구하던 저는 허위매물 영업 수법에 당한 적 있습니다. 사진으로는 깔끔해 보이던 신축 집은 실제로 가보니 전혀 다른 구조의 오래된 집이었고, "그 집은 나갔으니 다른 집을 보자"던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낚시성 매물에 당했다는 제보자들 역시, 대부분 사회 초년생이거나 신혼부부인 젊은 청년들이었습니다. 있지도 않은 매물을 따라 이리저리 공력만 낭비하다, 화려한 언변에 속아 집을 계약해버렸다는 청년들금전적 피해가 없는 사기라는 이유로 이들의 호소를 덮어두기는 싫었습니다.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청년층을 상대로 관습처럼 굳어진 사기 행태를 낱낱이 밝히겠다는 생각으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제보자들은 물론 온라인상에서 추가로 찾아낸 피해자들에게 수소문해, 시세보다 2억 원 넘게 저렴한 매물을 올려놓는 수상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곤 김준형 영상 기자와 신혼부부를 가장해 집을 보러 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업자는 집주인이 변심해 그 집은 보여줄 수 없다더니 경기도 부천을 거쳐 인천 부평까지 취재진을 끌고 갔습니다. 세 시간째 길에서 시간을 보내던 찰나, 업자는 이렇게 영업해야 손님이 집을 보러 온다며 낚시성 매물이 있음을 실토했습니다. ‘융자금은 별도라는 표시를 조그맣게 써놓고는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매물을 올려놓기도 한다며, 새로운 수법까지 알려줬습니다.

다시, 두 번째 현장 취재. 다른 동네에서 만난 여성 업자의 첫 마디는 융자금 별도라고 써놓았는데 못 보셨어요?” 였습니다. 남성 업자가 알려준 방식 그대로,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던 겁니다. ‘속을 때까지 나가보자는 취재진의 다짐이 무색하게도, 업자들은 당당히 사람들을 속이고 있었습니다. 손하늘 선배가 직접 이들의 매물 250개를 하나하나 채증하고, 가격 정보를 데이터화한 끝에 매물 대부분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올라와 있다는 사실 역시 수치로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뭘까. 그 답을 들으러 나섰지만, 앱에 나온 주소지에는 인터넷 쇼핑몰이 있었습니다. 국세청 주소지에는 주거용 오피스텔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무허가 업자들이 공인중개사 명의만을 빌려 장사를 하고 있던 겁니다.

사기행각에 가담했던 업자를 수소문 끝에 찾아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결국 리베이트’, 그러니까 돈 때문이었습니다. 높은 리베이트가 오가는 신축 빌라로 고객을 끌어와 뒷돈을 받기 위해, 일단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미끼'와 같은 허위매물을 올려놓는다는 겁니다.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수십 장의 가상 대화 시나리오를 만들어 역할극을 하고, 고객의 성향까지 분석해 교육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내부 교육자료를 입수해 이들의 수법을 폭로하고, 이를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 부동산 플랫폼 업체가 문제를 알고도 방치했다는 사실까지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이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저희한테 이러면 안 되잖아요.” 사회 초년생인 한 제보자는 집을 구하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하루 연차를 냈다가, 허위매물에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주저앉았다고 합니다. 신혼부부든 사회 초년생이든, 새로운 삶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청년들이 더 이상 사기행각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됩니다.

방송 이후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허위매물 실태를 점검하고 사전 기획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번에는 진정 청년들의 피해가 줄어들지,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MBC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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