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2분기 BJC보도상 전문보도부문상
- 임상범 기자, 신동환 기자

현업 때도 가본 적 없던 청와대를 이번 취재를 위해 두 번이나 다녀왔습니다.

첫 번째는 개방 직후였고, 두 번째는 개방 한 달이 넘어서였지만 두 번 다 청와대 경내는 관람객들로 인산인해였습니다. 깃발 든 가이드 따라 삼삼오오, 혹은 이삼십 명씩 떼 지어 여기저기 둘러보며 포인트마다 셀카에 단체사진 남기느라 다들 여념이 없었습니다.

오가며 들리는 관람객들의 소감들은 대략 이랬습니다. "죽기 전에 여길 와보다니 소원 풀이 제대로 했어!" "여기가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 왕이 살던 곳이야!" "이리와 봐 여기서 좋은 기 좀 받고 가자!" 표현은 제 각각이었지만 감히 들어가 볼 수 없었던 특별한 곳에 자신들의 족적을 남길 수 있게 됐다는데 다들 감격스러워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봐야 합니다. 청와대는 우리 근현대사의 모순들이 응축된 곳입니다. 지난 74년간 12명의 대통령이 거쳐 가는 동안 일반인들이 감히 문지방을 넘나들도록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봉건왕조에나 어울릴 법한 군왕의 상징들이 즐비한 금단의 영역이었습니다.

사실 대한민국은 헌법 11항에 나와 있듯 분명 민주공화국인데도 말입니다. 게다가 일제강점기 흔적들이 곳곳에 그대로 남아 있는 역사 퇴행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3.1운동과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헌법 정신이 무색할 따름입니다.

마침내 국민 품으로 돌아왔다고 반가워합니다. 볼거리 많은 너른 장소이니 음악회나 문화행사도 이어지겠죠. 하지만 그보다 중요하고 급한 게 있습니다. 그간 이곳을 거쳐 간 많은 위정자들이 행했던 역사 퇴행적인 행태들, 파렴치한 사익추구 행위들을 하나하나 추적해 바로잡는 작업부터 선행되어야 합니다.

우리에겐 역사의 한 장을 마감해야 할 때 제대로 된 평가와 청산을 하지 못한 채 넘어가 그 후과로 인해 두고두고 뼈저리게 후회했던 전력들이 꽤나 많습니다. 부족하지만 저희 뉴스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조그만 계기가 되길 기원합니다. <SBS 임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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