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3분기BJC보도상 - 일반뉴스부문
- 이기주, 이정은, 신수아 기자

 

■ 말로만 떠돌던 ‘사적 수행’ 의혹을 처음으로 물증으로 확인하다.

6월 3일(금) 신 모씨가 마드리드 순방 답사팀으로 출발했다는 사실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신 씨는 대통령실 현직 인사비서관의 배우자이자 사적채용과 이해충돌 논란으로 이미 대통령실 채용이 불발됐던 인물. 그렇다면 사적채용 중단은 국민을 기만한 연극이었나? 하지만 기사를 바로 쓰지 않고 키우기로 했습니다. 1호기라는 덫에 신 씨가 걸리기만 기다리던 6월 27일(월).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귀국길에 탑승할 1호기 좌석표를 단독 입수했습니다. “1층 좌석번호 44A(창가쪽) 신OO”. 버젓이 적혀있는 신 씨의 이름을 발견한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나왔습니다. “잡았다!!”. 며칠 뒤 신 씨는 예상대로 1호기를 타고 윤 대통령 부부와 함께 귀국했고 ‘1호기 속 수상한 민간인..尹 대통령 사적수행·사적채용 논란’ 연속 보도가 전파를 탔습니다. 

■ “어떻게 권한없는 민간인에게 1급 국가기밀을 맡기나”의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취재

단순히 “인사비서관의 부인이 1호기에 탑승했다”가 아니라 “어떻게 권한없는 민간인에게 국가기밀을 맡기나”의 문제 의식에서 진행된 두 달간의 취재였습니다. MBC 보도를 계기로 윤 대통령의 상징과도 같던 ‘공정과 상식’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수 천만원의 후원금으로 얽힌 사적 인연과 무엇보다 투명해야 할 공적 업무가 뒤섞이도록 방치한 대통령실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난 겁니다. 

■ “순방만 갔다 하면 논란 또 논란..”

‘1호기 속 수상한 민간인’ 보도 두 달 뒤인 지난 9월, 윤 대통령은 두 번째 순방으로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 등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조문 논란과 굴욕회담 논란, 48초 회동 논란과 비속어 논란이 연거푸 터졌습니다. 대통령실은 발언 15시간 만에 “다시 들어보라,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으로 돼 있다”라는 역사에 남을 희대의 ‘짤’을 남겼습니다. 대통령실의 ‘날리면’ 발표 이후 국민들은 제 귀에 아무리 ‘바이든’이라고 들려도 ‘바이든’이라고 말할 수 없는 세상이 돼 버렸습니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동맹을 훼손하고 자유를 병들게 하고 국민을 이간질 하는 가짜뉴스를 퇴치해야 한다”라고 엄포까지 놓았습니다. 직접 말한 사람은 영상이 존재하는데도 “기억이 안난다”며 참모 뒤에 숨었습니다. 대통령실은 자신들이 자문받았다는 음성분석 결과를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아직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바이든’이 아니라 왜 ‘날리면’인지, ‘승인 안해주면’이 아니라 왜 ‘승인 안해주고’인지, ‘이 XX’는 왜 인정했는지, 국민들에게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면서 여전히 ‘가짜뉴스’ 타령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진짜 자문 받은 것은 맞습니까? 자문 결과는 무엇입니까? 이 모든 것은 대체 누구의 영업비밀입니까?

“언론의 자유를 조금이라도 훼손할 만한 가짜뉴스냐, 진짜 사실에 기반한 거냐를 가지고 언론의 자유를 조금이라도 훼손시키려고 하는 시도에 대해서는 저는 강력히 반대합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월 후보 시절 한 말입니다. 자유, 자유... 큰 상을 받으면서도 2022년 10월의 ‘언론의 자유’는 무용하고 공허하기만 합니다. 작금의 사태는 대체 누구의 책임입니까?

<MBC 이기주 기자>

저작권자 © 데일리 BJ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