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올해의 방송기자상 - 대상
- 사회부 김중호, 홍영선, 윤준호, 김태헌, 송영훈, 박희원 기자
정치부 김구연 기자, 경인방송본부 정성욱 기자

20185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이후 우리 사회에 평양냉면 열풍이 뜨겁게 불었던 것 아마 기억하실 겁니다. 평양냉면 육수의 슴슴함을 '()'이라고 평가절하하던 2030세대조차 이름난 '평냉집' 앞에서 1시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으니까요.

평냉 열풍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201811월에는 북한 고위층이 방한해 경기도와 함께 대규모 교류 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그무렵 평양에서 으뜸가는 식당 '옥류관'의 직영점이 한국에 생길 수 있다는 기사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훈훈한 기사는 현실이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경기도와 함께 이런 대규모 행사를 주최한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라는 단체가 뒤로는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지원금 수십억원을 챙겼고, 그중 상당액이 불법적인 방식으로 북측에 흘러간 사실은 수년 뒤 저희 CBS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Big money, big investigations. CBS 법조팀은 아태협과 쌍방울, 그리고 대북 커넥션 의혹의 실체를 추적하면서 오직 돈의 움직임에 집중했습니다. 사실 이 사안은 겉으로만 보면 지방자치단체(경기도)와 비영리단체(아태협), 민간 기업(쌍방울)의 훌륭한 협력 사례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오간 돈과 그 배경을 따라가면서 껍데기 속에 숨겨진 실체를 조금씩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검찰발 받아쓰기 보도가 아니었습니다. 저희는 지난해 10월부터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시작된 쌍방울 그룹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이번 보도는 우연히 발견한 '장부' 하나에서 출발했습니다. 아태협이라는 단체에 쌍방울그룹이 몰래 큰 돈을 기부했다는 사실이 담긴 국세청의 공익법인 신고서였습니다. 그런데 거액의 돈이 지급될 무렵 이 단체 회장 안부수씨가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의 사내이사로 영입됐고, 매년 적자를 기록하던 관리종목 나노스는 대북 테마주가 되면서 주가가 급등해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치솟았습니다. 이 일로 돈방석에 앉은 사람이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과 측근들입니다. 주가 급등 전 마구잡이로 찍어낸 CB(전환사채) 투자로 김 전 회장은 1천억원 안팎을 벌었다고 합니다. 지금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도 이 CB를 차명 보유했다는 의혹을 받습니다.

정권 교체 후 기지개를 켜는 듯 했던 쌍방울 수사가 '수사기밀 유출'이라는 암초를 만나 지지부진하던 시기, 아태협과 대북 커넥션 의혹 보도가 '활로'를 마련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이번 사안에서 만큼은 언론이 검찰을 받아쓰기 한 것이 아니라, 그 반대였을지도 모릅니다.

돌아보면 팩트로 점철된 보도가 갖는 힘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느낀 계기였습니다. 객관적인 자료 분석과 두 번, 세 번에 걸친 사실 확인 작업을 토대로 보도한 기사의 파급력은 작지 않았습니다. 자칫 이대로 묻힐 수 있던 검은 돈과 수상한 자금 흐름을 발견해 보도했고, 검찰의 강제 수사가 이어지면서 조속한 진상 규명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자부합니다.

'탐사보도의 적은 내부에 있다'라는 말을 종종합니다. 많은 에너지와 시간, 돈이 드는 양질의 보도를 하기 위해서는 언론사 내부 구성원들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1년 넘게 이어진 심층 취재가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 이재기 보도국장과 최철, 이재준 전·현 사회부장, 김중호 법조팀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또 그 노력의 결과로 한국방송기자클럽 올해의 방송기자상이라는 큰 상을 받는 영광까지 누릴 수 있게 해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광물자원 개발을 매개로 한 주가조작 의혹은 여전하고, 모든 진실을 쥔 김성태 전 회장은 버젓이 해외에서 도피 행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직 규명되지 않은 여러 의혹들이, 우리가 할 일이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기사로 꼭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CBS 사회부 김태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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