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올해의 방송기자상 - 일반뉴스 부문
- MBC정치팀 이기주, 이정은, 신수아 기자

‘1호기 속 수상한 민간인연속 보도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지난 6월 나토 순방 당시 민간인 지인을 1호기에 태워 동행한 사실과 이 민간인을 대통령실에 사적 채용하려고 했던 사실을 다뤄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이 보도로 한국방송기자클럽의 3분기 보도상을 수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MBC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윤 대통령의 11월 동남아 순방 출국 하루 전 대통령실로부터 1호기에 탑승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지난 9월 뉴욕 순방 당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최초로 발견해 알린 MBC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이었습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MBC에 대한 1호기 탑승 배제를 헌법수호차원의 조치라고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헌법수호를 외친 윤 대통령은 공적 공간1호기 안에서 사적 친분이 깊은 특정 기자 2명만 보란 듯이 따로 불러 한 시간여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그 후 이를 개인적인 일이라고 치부했습니다.

1호기 탑승을 거부당한 MBC 기자들은 민항기를 타고 힘겹게 순방 일정을 따라다녀야 했고, 국내도 아닌 해외에서 취재 제한을 견뎌야 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귀국 후 첫 도어스테핑에서 윤 대통령에게 일련의 상황이 언론 길들이기로 부적절한 것 아닌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추가 질문을 던졌지만 돌아온 건 제대로 된 답변이나 설명이 아니라 기자 출신 비서관의 반말 훈계였고, 슬리퍼 차림에 대한 비난, 그리고 도어스테핑 중단이었습니다. 급기야 극단적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 회원들은 MBC 기자에 대한 살해와 테러 협박을 서슴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MBC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공무집행방해와 명예훼손사건의 수사 대상이 돼 있습니다.

언제 자택 압수수색이 집행될지, 소환 날짜는 언제일지, 처벌을 받지는 않을지, 길을 가다 누군가 염산을 끼얹지 않을지, 흉기로 해코지하지는 않을지 신경이 곤두서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보고 들은 사실을 다 함께 보도했지만 지금은 MBC가 가짜뉴스를 보도했냐는 취지의 유체이탈식 기사들이 넘쳐나고 있고, 평소 기자실 옆에서 도어스테핑이 진행될 때 함께 슬리퍼를 신었던 기자들이 MBC 기자는 슬리퍼를 신는 무례를 범했냐는 식의 씁쓸한 기사를 써내고 있는 것이 언론의 현실입니다.

아무도 묻지 않아 물은 것입니다. ‘공적 공간인 1호기를 국민이 낸 세금의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지 않아 저희가 물은 것입니다. 그 질문이 오히려 근거도 제시되지 않은 가짜뉴스공세에 묻혀 살해 협박으로까지 이어질 일인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앞으로도 권력을 향해 계속 묻고 질문을 던질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국익을 위한 저희의 진정한 책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진실을 감추고 언론을 압박하는 것이 국익이 아니라, 최고 권력자의 실수와 실언, 사적수행, 비선보좌 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권한 없는 자들의 부당한 권력 사용을 용기있게 파헤쳐 사회에 고발하고, 사적인 권력 남용의 재발을 막아낸 MBC 이기주, 이정은, 신수아 기자는 유체이탈 기사나 쓰는 비겁한 언론인이 되지 않겠습니다.

대통령실의 징계 경고에도 굴하지 않고 최고 권력에 대한 감시자 역할에 매진하겠습니다. 취재 제한이라는 불이익이 거듭되더라도 고군분투 대통령실을 취재하며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또 던지겠습니다.

- MBC 이기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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