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1분기 BJC보도상 - 일반뉴스부문
▷ KBS 박예원, 최형원, 최유경, 이도윤 기자

■ 5년 만에 다시 마주한 그 이름

“이 사람 그 사람이잖아.” 2018년, KBS가 단독 보도했던 민사고 학교폭력 사건의 가해자 아버지 이름이 다시 언론에 등장했습니다. 2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학교폭력 사건 처리의 제도적 허점에 집중했던 5년 전 보도에선 정순신 변호사의 실명이 기사에 담기진 않았습니다. ‘고위직 검사’라고만 언급됐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같은 인물이 경찰 조직을 이끌 국수본부장 자리에 임명된 건 뜻밖이었습니다. 이미 5년 전 언론 보도까지 됐던 사안인 만큼, 정 변호사에 대한 인사 검증을 맡았던 경찰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대통령실의 인사검증 실패를 지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학교폭력 피해자를 또 한 번 고통으로 내몰았던 잔인한 ‘소송전’ 문제를 충실하게 짚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판결문에는 ‘검사 아버지’가 자신의 영향력과 법 기술을 동원해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에 개입한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습니다. 실제로 피해자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행정소송, 행정심판 등에서 가해자 측이 가진 권력을 무겁게 받아들였습니다. 잇단 법적 대응이 피해자의 일상을 무너뜨렸단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 2018년 최초 보도를 했던 박예원 선배, 그리고 정치부와 사회부 동료들의 빛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이병도 부장, 황현택 팀장, 최형원 반장, 노태영 반장에게 다시 한번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 드라마보다 드라마 같은 현실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의 흥행 이후,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 같았습니다. 저 역시 피해자들이 느꼈을 고통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취재·보도 과정을 통틀어 가장 아쉬웠던 건, 피해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판결문과 학교폭력대책심의위 회의록 등에 적힌 피해자의 발언으로 그 속내를 조금이나마 짐작해볼 순 있었지만, 5년이란 시간이 흐른 만큼 이번 보도를 어디서 어떻게 보고 있을지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비록 이번엔 닿을 수 없었지만, 힘든 시간을 보냈을 피해자에게 늦었지만 진심 어린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싶습니다. 

결국, 정순신 변호사는 임명 하루 만에 낙마했습니다. 들불 같은 여론을 고려한 듯, 이례적으로 빠른 결정이었습니다. 이후 대통령실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시스템을 개선을 약속했고, 교육부는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죠. 하지만 제도 변화가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는 걸 막아주는 ‘만능열쇠’가 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빈틈을 메워주는 게 바로 우리 언론의 역할이겠죠. 이번 보도는 그 시작에 불과했다고 생각합니다. 부지런히 둘러보고, 멈춤 없이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KBS 최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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