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1분기 ‘BJC보도상’ 뉴스부문 수상작-
끝까지 파고 시간과 싸워 얻은 결과

이병희 SBS 탐사보도부 기자

SBS 8시 뉴스의 탐사보도 코너명이 ‘끝까지 판다’로 확정된 것은 올해 초였다. 덩치 큰 판다곰이 곡괭이로 땅을 내리찍는 짧은 영상물이 탐사 리포트에 앞서 나온다. 우연인지 ‘끝까지 판다’ 코너의 첫 아이템은 ‘땅’에 관한 이야기였다.

용인 에버랜드 정보를 처음 접했을 때 취재가 간단치 않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많은 시간과 막노동(?)이 필요할 줄은 미처 몰랐다. 취재를 하면 할수록 탐사보도부 전원이 삽을 들고 주변부부터 다시 넓고 깊게 파 들어가야 하는 그런 양상이랄까.

등기부등본과 공시지가 일일이 확인

2천 필지가 넘는 땅의 소유주를 직접 확인하려니 그 만큼의 등기부등본을 하나하나 떼 봐야 했고, 땅값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연도별 공시지가를 확인해 일일이 엑셀 파일에 입력해야 했다. 필지 정보들은 마치 작은 퍼즐 조각 같아서 아무리 보고 또 봐도, 도무지 땅이 어떻게 생긴 건지,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삼성 일가의 땅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커다란 지도에 땅의 조각을 그려 넣는 수작업도 피해갈 수 없었다. 고단한 막노동이 끝나면 곧 길이 보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당초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땅값의 움직임에 중간에서 잠깐 길을 잃기도 했다. 덕분에 우리 취재팀은 더 많이 머리를 맞대야 했고,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더 많은 자료를 찾아야 했다. 또, 취재 때마다 마주치는 ‘기자님들이 땅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러시나 본데......’라는 전문가들 특유의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더 많은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야 했다.

탐사보도의 적인 ‘시간’과의 다툼

이번 탐사리포트는 어느 특정 기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특정 기업의 이해관계에 맞게 오랫동안 작동돼 왔던 국가의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였다. 보도 이후 시청자들의 호응과 응원이 뜨거웠던 건,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는 열망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탐사보도의 가장 큰 적은 ‘시간’이라고 한다. 뚜렷한 성과 없이 시간이 흘러가고 있을 때, ‘우리가 가진 건 시간밖에 없다!’며 격려해준 탐사보도부장 양만희 선배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길을 잃었을 때 새로운 전략과 방향으로 안내해준 정명원 데스크와 봄이 채 되기 전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용인 일대를 누빈 후배들, 눈이 빠지는 수작업을 마다하지 않았던 작가님들의 노고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지상파 메인뉴스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파격적인 형식의 뉴스가 눈앞에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최종 허락해주신 보도본부장, 보도국장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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