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1분기 ‘BJC보도상’ 기획보도부문 수상작-
미투 보도는 끝나지 않았다

류란 KBS 특별취재팀 기자

이 상은 전적으로 KBS를 통해 ‘#미투(metoo)’에 나서주신 취재원 분들의 몫입니다. 특히 ‘종교 사회’라는 크고 깊은 무게감을 오롯이 맨몸으로 견뎌내며, 처음으로 천주교 내 성폭력 문제에 소리내주신 김민경님께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전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제보로 응원해주신 전국의 많은 천주교 평신도 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려 꼭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나의 종교가 이번 기회에 꼭 변화하고 발전하길 바란다’는 자정 의지를 가지고, 저희가 닿지 못하는 부분들을 자발적으로 채워주셨기에, 보도가 훨씬 기민하고 탄탄해졌습니다.

용기 내준 분들 덕에 보도 가능

2월 23일 9시 톱뉴스로 보도가 나간 직후 민경 씨는, “7년 만에 오늘 처음으로 푹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라고 예의 그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하지만 숨소리마저 파르르 떨리는 것이 전화기 너머로도 전해졌습니다.

저도 그만 울컥해져 코끝이 아렸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공유하며 느꼈던 가늠할 수 없는 분노와 절망, 그리고 취재기자로서 느끼는 보람과 안도감이 뒤섞여 한꺼번에 솟구쳤습니다. 모든 과정을 함께 했던 같은 팀 기자들도(이랑, 김시원, 송형국, 김채린, 윤봄이, 고형석, 지선호, 권준용)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후 한동안 웃으며 지냈습니다. 민경 씨는 재취업에 성공하며 포기했던 꿈을 조금씩 되찾아갔고, 저희 특별취재팀으로는 미투 제보가 전국에서 쏟아졌습니다.

근거 없는 비방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하지만 김희중 대주교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반성과 엄벌을 약속하며 진화에 나선 뒤, 충격과 비판 여론은 빠르게 수그러들었습니다. 대신 근거 없는 비방과 악의적 ‘카더라’들이 무섭게 자라났습니다.

“여자가 발작 증세를 보여서 진정시키느라 몸이 좀 닿은 건데 그걸 갖고 모함하는 거래”, “원래 정신병이 있던 여자래”, “한00 신부님이 스스로 희생하신 거래” 등등... 심지어는 “KBS가 오보한 걸로 판명 났다고 우리 신부님이 말했어”라는 얘기까지. 뜻있는 신자들께서 카톡·문자 캡처, 강론 녹취록 등으로 제보해주신 유언비어들입니다.

김민경 씨는 되찾았던 생기를 다시 잃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 언론사가 이처럼 근거 없는 얘기를 최소한의 확인 절차도 없이 기사로 내보내놓고, 정정보도를 거부해 가슴앓이 중입니다.

천주교 수원교구 측은 이 같은 현실에 대해 ‘교구와는 무관하다. 전적으로 개인의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제들에게 2차 피해를 유발하는 말과 행위를 삼가도록 강력히 요청했다. 다른 지역 교구에도 근거 없는 사실을 유포하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KBS의 천주교 #미투 연속보도는 아직 끝나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고 세 치 혀를 칼날처럼 휘두르며 ‘꽃뱀’, ‘정신질환’ 등의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이들이 설 자리를 잃을 때까지, 이 상을 무겁게 안고 뚜벅뚜벅 언론의 정도를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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