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1분기 BJC보도상 - 기획보도부문
▷ SBS 권지윤, 박현석, 고정현, 화강윤, 이현영, 유수환, 하륭, 이승희, 하성원 기자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 국민경제윤리, 국민경제 발전’

경제 관련 위법 행위를 제재하는 각종 법률 1조 ‘목적’에 나오는 단어들이다. 입법자들이 경제 질서 확립을 위해 숙고 끝에 꼭 필요한 단어만 뽑아서 나열한 것들이지만, 이젠 ‘유토피아’에서 나올 법한 활자가 됐다. 우리 현실, 특히 자본시장은 ‘디스토피아’라는 인식이 팽배해진 탓이다. 

자본시장 공정성에 대한 회의감, 공개된 정보에 대한 불신, 경제적 강자와 약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 등은 커지면서, 경제 시스템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낮아졌다. ‘정직한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없다’는 인식이 만연하게 되는 그 땐 이미 티핑 포인트, 더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SBS탐사보도부 끝까지판다팀이 이번 보도를 중간에 포기하지 않은 이유였다. 경제 관련 보도, 특히 대기업이 연루된 사건일수록 취재는 어렵다. 경제 권력이 가지고 있는 막강한 힘, 사회적 자본 때문만이 아니었다. 교묘하고 난해한 방식 탓에 언론의 진입 장벽이 높고, 정보 접근성도 지나치게 떨어진다. 

“세상에 쉬운 취재 하나 없다”는 말은 언론계의 오래된 구전이지만, 이번 취재는 처음부터 끝까지 쉬운 게 하나 없었다. 당연하게 알 수 있는 것들도 당연하지 않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들도 쉽지 않았다. 어렵고 고될 것이라고 예상한 것들은 예상의 거듭제곱 수준으로 복잡했다. 곳곳에서 벽에 마주쳤고 그 때마다 한숨과 신음이 나왔지만, ‘방망이 깎던 노인’과 같은 심정으로 팀원들 한 명 한 명이 취재를 이어갔다.

1,000장이 넘는 공시자료와 내부 자료를 검토하고, 갔던 곳을 또 가며 뻗치기를 했다. 거절의 일상화를 마주해도 설득의 일상화로 이겨냈고, 복잡하고 낯선 단어로 채워진 내용은 10회독, 20회독으로 이해했다. 최대한 정교하고, 정밀하게 취재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그 결과가 이번 보도였다. 

각종 가용 수단과 방어 자원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 여기에 복잡 기묘한 요소들이 내포된 금융사건의 특성, 이런 요인 탓에 언론의 감시망도 느슨해져 있다. 이번 사건을 취재하며 이런 언론 현실을 절감했지만, 그 탓에 더욱 동기 부여가 됐다. 어렵다고 피하고, 복잡하다고 눈 감으면 다음엔 어떤 취재를 할 수 있겠는가. 

‘대기업과 사모펀드의 유착 의혹’, 지금은 간명하게 쓰게 된 이 단어를 위해 지난한 시간이 걸렸다. 이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재촉한 적 없고 도리어 막힌 부분까지 직접 뚫어준 탐사보도부 김정인 부장, 취재 전 과정에서 같은 무게의 고민을 짊어지고 같은 양의 땀을 흘린 박현석 고정현 화강윤 이현영 유수환 하륭 기자와 함께 아직 끝나지 않은 이번 사건을 계속 취재해 나갈 것이다.  

<SBS 권지윤 기자/ 탐사보도부 끝까지판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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