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1분기 ‘BJC보도상’ 뉴스부문 수상작-

더 이상 상처받는 아이들이 없길 바라며

이덕영 MBC 탐사보도부 기자

레인보우 합창단 취재는 한 학부모의 제보에서 시작됐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개회식 공연에 참가할 예정이었던 아이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합창단에서 쫓겨났다는 겁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참가비 명목으로 요구한 30만원에 대해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국가행사에 초청받아 참가하면서 왜 오히려 돈을 내야하냐는 물음 탓이었습니다. ‘아이들 간식비다’, ‘인솔 교사 인건비다’, ‘리허설 기간 중 자체 캠프비용이다’ 등 시시각각 설명이 달라지던 합창단 측은 합창단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나가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결국 세 명의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실망감만을 안고 합창단을 떠나야 했습니다.

학부모 제보에서 시작된 취재

올림픽 패딩을 둘러싼 논란은 차라리 코미디에 가까웠습니다. 합창단 측은 공연 후 패딩을 깨끗이 세탁까지 한 뒤 반납하라고 했습니다. 만약 개인이 소장하고 싶다면 30만원을 내고 사라며 친절하게 합창단 계좌번호까지 공지했습니다. 역시나 왜 당연하다는 듯이 개인 패딩을 합창단이 가져가는지에 대한 학부모와 아이들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MBC 보도를 통해 문제가 불거지자 학부모들을 모아놓고선 ‘비싼 값을 부르면 안 사갈 줄 알았다, 농담이었다’며 어이없는 해명을 했습니다. 그리곤 뒤늦게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이제 문제없지 않느냐고 발뺌하고 있습니다.

취재 결과 이런 식의 합창단 운영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습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광복절 기념식, 제헌절 기념식, 2016년 유엔본부 공연 등 화려한 외부활동의 빛에 가려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레인보우 합창단이 빛날 수 있었던 건 우리 사회에서 차별로 고통 받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당당히 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는 걸 합창단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느끼게 해주고 편견에 맞설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합창단 안에서 아이들은 ‘다름’을 ‘틀림’으로 강요받으며 숨죽여야 했습니다.

용기 내준 사람들 덕분에 진실 드러나

기부금 명목으로 돈을 내고 무대에서 더 좋은 자리에 서는 아이를 보며 다른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 수억원의 후원금과 출연료를 받은 합창단이 별도로 요구하는 참가비를 낼 수 없어 국내외 공연에 가지 못하게 된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그렇게 말없이 상처만을 안고 떠나간 아이들이 얼마나 많을지, 지금의 우리는 짐작도 할 수 없습니다.

이 취재가 가능했던 건 용기를 내 레인보우 합창단의 실상을 고백해준 단원 학부모님들과 전직 직원 분들이 있어서였습니다. 그분들께 감사드리며 레인보우 합창단이 본래의 취지와 목적에 맞는 합창단이 되길 바랐던 그분들의 마음처럼 바로서길 지켜보겠습니다. 아울러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탐사보도부 임영서 부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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